열폭주 배출가스는 하나의 고정된 혼합물이 아니다
리튬이온전지가 비정상적으로 가열되면 전해액의 증발과 분해, 전극 계면층의 붕괴, 충전된 음극과 전해액의 반응, 양극의 열분해가 겹치며 기체와 증기를 만든다. 현장에서 흔히 열폭주 가스라고 부르지만, 실제 배출물은 CO₂, CO, H₂ 같은 영구기체뿐 아니라 메탄·에틸렌·에탄·프로필렌 같은 탄화수소, 기화한 탄산염계 전해액, 미세입자와 불소계 물질까지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성분의 농도만으로 모든 셀과 모든 고장 단계를 설명할 수 없다.
51개 대형 자동차용 셀을 시험한 Koch 등의 연구는 CO₂, CO, H₂, C₂H₄, CH₄, C₂H₆, C₃H₆를 가장 공통적인 일곱 성분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같은 연구에서도 셀 용량과 에너지밀도, 케이스 형식이 배출량과 열폭주 개시 온도, 질량 손실에 영향을 주었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대표 성분 목록은 만들 수 있어도 보편적인 조성비는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비 위험성 평가에는 사용 중인 셀의 실제 시험자료가 필요하다.
벤팅과 열폭주는 같은 사건이 아니다
벤팅은 셀 내부 압력이 설계 한계를 넘어 안전벤트나 파열판이 열리면서 내부 물질이 밖으로 나오는 기계적 사건이다. 열폭주는 발열 반응 속도가 방열 능력을 추월해 온도가 스스로 가속 상승하는 열적 사건이다. 벤팅이 열폭주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지만, 벤팅했다고 반드시 열폭주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손상 방식과 셀 구조에 따라 두 사건 사이가 매우 짧아 현장 계측에서는 거의 동시에 보일 수도 있다.
ARC와 온라인 질량분석을 결합한 Abd-El-Latif 등의 실험에서는 새 NCA 원통형 셀의 벤팅 뒤 열폭주까지 약 50분의 간격이 관찰됐다. 하지만 저온 사이클로 리튬 도금이 생긴 노화 셀과 과충전 셀에서는 벤팅과 강한 반응의 분리가 훨씬 불명확했다. 동일 연구의 벤팅 온도와 열폭주 개시 온도도 셀 이력에 따라 달랐다. 이 결과는 가스 경보가 유용한 선행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도, 확보 가능한 대응 시간이 고정값이 아님을 함께 말해 준다.
주요 성분은 어디에서 오는가
CO₂는 음극 표면의 고체전해질계면층인 SEI가 불안정해질 때, 탄산염계 전해액과 그 분해물이 반응할 때, 전극 표면의 탄산염 종이 분해될 때 생성될 수 있다. 초기 이상 단계에서도 비교적 자주 검출되고 대기 배경과 구별하기 쉬워 조기 감시 후보로 많이 연구된다. 다만 CO₂ 자체가 불연성이라는 이유로 혼합가스 전체가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CO₂와 동시에 가연성 증기와 독성 성분이 존재할 수 있으며, 밀폐된 공간에서는 산소 치환도 고려해야 한다.
CO는 유기 전해액이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불완전하게 산화·분해될 때 주로 형성된다. 열폭주 중 셀 내부에서 산소가 공급되더라도 반응 영역은 균일하지 않고, 배출 뒤 공기와 섞이거나 화염을 통과하면서 조성이 다시 바뀐다. 따라서 밀폐 불활성 분위기에서 채취한 CO 비율과 개방된 화재 시험에서 측정한 비율을 그대로 비교하면 오해가 생긴다. CO는 독성이 있으면서 가연성도 있으므로 인명 위험과 폭발 위험 양쪽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H₂는 충전된 음극과 전해액의 반응, 바인더나 용매의 고온 반응, 미량 수분이 관여하는 부반응 등 여러 경로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분자량이 작아 빠르게 확산하지만 천장이나 배터리 랙 상부의 정체 공간에서는 축적될 수 있다. 특히 LFP라고 해서 H₂가 적다고 가정할 수 없다. 일부 비교 시험에서는 LFP 배출가스에서 H₂가 큰 몰분율을 차지했다. 반면 니켈계 셀에서는 CO나 CO₂ 비중과 고온 분출의 강도가 더 두드러진 사례가 있다.
탄화수소와 전해액 증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에틸렌은 에틸렌카보네이트와 SEI의 분해 경로에서, 메탄·에탄·프로필렌 등은 유기 용매와 전극의 연쇄 반응에서 생길 수 있다. DMC와 EMC 같은 저비점 전해액은 분해되기 전 증기 상태로 먼저 배출되기도 한다. 2025년 시간분해 측정 연구는 NMC와 LFP 원통형 셀의 벤트가 열린 직후 DMC, EC, HF가 먼저 검출됐으며, 응축 가능한 전해액 성분도 혼합가스의 가연성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의 순서는 해당 셀과 가열 조건의 관찰값이지 모든 배터리의 고정 순서가 아니다.
화학계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가
양극 화학은 열안정성, 산소 방출, 반응 온도와 배출가스 총량에 영향을 준다. LFP는 인산염 골격이 비교적 안정해 층상 산화물보다 양극에서 산소를 내놓는 경향이 낮다. 그렇다고 배출가스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LFP 셀도 전해액과 충전 음극을 갖기 때문에 H₂, CO, CO₂와 탄화수소를 만들며, 점화 전에 밀폐 공간에 모이면 폭연 가능한 혼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
NMC와 NCA 같은 니켈계 층상 산화물은 높은 충전 상태와 온도에서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산소 방출을 동반할 수 있다. 방출된 산소와 전해액의 반응은 발열과 가스 생성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니켈 함량만으로 최종 조성을 예측할 수는 없다. 전해액 배합과 첨가제, 음극 재료, 분리막, 셀 크기, 압력 해제 구조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상업용 LFP와 NCA 18650 셀의 SOC와 과충전을 비교한 Golubkov 등의 실험은 화학계뿐 아니라 충전 상태가 열폭주 강도와 배출가스 양을 크게 바꾼다는 점을 보여 줬다. 또 네 가지 유발 방식과 두 셀 형식을 비교한 2023년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 연구에서는 주요 성분이 CO, CO₂, H₂, C₂H₄, CH₄로 겹쳤지만 과충전, 측면 가열, 오븐 가열, 못 관통에 따라 압력과 가스량, 잔해가 달라졌고 과충전 조건이 가장 큰 위험을 보였다. 화학계 비교는 반드시 SOC와 유발 조건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발생 순서는 단계 모델로 읽되 고정 서열로 외우지 않는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부 단계 모델이 유용하다. 이것은 특정 분자가 항상 앞선다는 서열표가 아니라 압력, 온도, 배출률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틀이다.
이상 반응과 내부 가스 축적 단계에서는 SEI와 전해액의 부반응이 시작되고 셀 내부 압력이 오른다. 외부에서는 아직 가스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밀폐된 캔 안에서 이미 생성됐더라도 벤트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벤팅 단계에서는 기화한 DMC·EMC·EC 같은 용매, CO₂, 소량의 탄화수소와 불소계 종이 배출될 수 있다. 온도나 전압 변화보다 가스가 먼저 잡히는 시험도 있지만, 센서 위치와 이송 지연 때문에 반대로 보일 수도 있다.
자기발열 가속과 본격 열폭주 단계에서는 전극과 전해액의 연쇄 반응이 격화되고 CO₂, CO, H₂, 에틸렌, 메탄 등이 높은 유량으로 분출한다. 입자와 액적이 함께 나오며 안전벤트가 재차 열리거나 케이스가 파열될 수 있다.
점화와 사후 반응 단계에서는 배출가스가 공기와 섞여 연소한다. 점화 여부와 환기량에 따라 CO가 산화돼 CO₂가 되거나, 불완전연소로 CO와 그을음이 늘 수 있다. 이 단계의 측정값은 셀 내부 생성물만이 아니라 외부 연소가 바꾼 결과다.
이 네 단계조차 항상 또렷하게 분리되지는 않는다. 노화와 리튬 도금, 높은 SOC, 급격한 내부단락은 첫 벤팅과 열폭주 사이를 압축한다. 파우치 셀은 원통형 셀처럼 규정된 안전벤트가 없을 수 있고 봉합부에서 연속 누출될 수 있다. 모듈에서는 한 셀의 배출물이 이웃 셀을 가열하면서 여러 번의 벤팅이 겹친다. 그래서 CO₂ 다음 H₂, 그다음 CO처럼 보편적인 분자 순서를 선언하는 것은 현재 실험 근거보다 강한 주장이다.
측정값이 서로 다른 이유
배출가스 연구를 읽을 때는 먼저 시료 채취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시험 종료 후 백에 모은 가스는 시간 정보를 잃고, 고온 분출구 근처의 실시간 FTIR·질량분석은 순간 변화를 보여 주지만 관로에서 응축되거나 반응한 성분을 놓칠 수 있다. GC는 주요 영구기체와 탄화수소의 정량에 강하지만 채취 시점과 검출 대상이 제한된다. 필터를 사용하면 장비는 보호되지만 액적과 입자에 붙은 물질이 분석에서 빠질 수 있다.
분모도 중요하다. 질소로 채운 챔버에서 질소를 제외한 몰분율, 공기가 있는 챔버의 실제 부피분율, 셀 용량당 발생 몰수는 서로 다른 값이다. 배출가스가 화염을 통과했는지, 물분무나 소화약제가 있었는지, 시료가 건조됐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Larsson 등의 실물 화재 실험은 배터리 화재에서 HF와 POF₃ 같은 불소계 독성 물질이 방출될 수 있음을 확인했고, 화학계와 SOC, 시험 구성에 따라 방출량이 달라짐을 보였다. CO₂·CO·H₂만 측정하는 시스템은 폭발성의 큰 부분을 볼 수 있어도 독성 위험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
ESS 감시와 대응에 주는 의미
가스 감시는 열이나 연기 감지보다 이른 신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단일 센서의 임계값을 곧 열폭주 확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CO₂는 비교적 일관된 후보지만 사람의 호흡, 외기와 소화설비도 농도를 바꾼다. H₂와 CO 센서는 다른 환원성 가스에 교차 민감할 수 있고, VOC 센서는 전해액 증기에 빠르게 반응해도 어떤 셀이 고장 났는지 직접 알려 주지 않는다.
따라서 ESS에서는 가스 종류 하나보다 변화율과 공간 분포를 보고, 온도·전압·연기·압력 또는 음향 정보와 교차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센서는 예상 유동 경로와 랙 상부 정체 구역, 환기 흡입부를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 경보 논리는 주의, 벤팅 의심, 다중 신호 확인, 비상 대응처럼 단계화하고, 각 단계에서 충방전 정지·구역 격리·원격 확인·환기 제어·소방 통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사전에 정해야 한다. 가연성 가스를 무조건 외부로 배출하는 환기는 점화원과 배출구 안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은 설치된 셀과 모듈을 실제 조건에 가깝게 시험한 자료다. 공급사에는 화학계 명칭만이 아니라 SOC별 배출가스 총량과 조성, 첫 벤팅과 열폭주 시점, 시험 분위기와 분석법, 반복시험 편차를 요청해야 한다. 데이터가 없다면 문헌값을 단일 설계값으로 채택하기보다 범위를 두고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핵심 정리
열폭주 배출가스에는 대체로 CO₂, CO, H₂와 여러 탄화수소가 포함되며 기화한 전해액과 불소계 물질도 중요하다. 벤팅은 압력 해제 사건이고 열폭주는 자기 가속 발열 사건이므로 둘은 구분해야 한다. 첫 벤팅에서 용매 증기와 일부 분해가스가 나온 뒤 열폭주에서 배출률과 성분 범위가 커지는 단계는 여러 실험에서 관찰됐지만, 특정 분자의 보편적 발생 순서는 입증되지 않았다. 화학계, SOC, 노화, 유발 방식, 셀 형식, 분위기와 분석법이 모두 결과를 바꾼다. 안전한 해석은 한 가지 순서를 외우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어떤 셀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측정했는지 확인하고, 복수 신호와 실제 제품 시험으로 경보와 대응 기준을 검증하는 데서 시작한다.

